"비교표 보고 제가 고르려고 했는데, 왜 계약까지 해 버렸어요?" "맡긴다고 하셔서 끝까지 처리했는데요."
직원에게 일을 하나둘 넘기기 시작한 회사에서 자주 생기는 일이에요. 대표가 "이번 협력사 견적 비교는 맡길게요"라고 말합니다. 직원은 견적을 세 군데 받아 가장 싼 곳과 계약을 진행하죠. 대표는 비교표를 받아 본 뒤 자기가 고를 생각이었습니다. 둘 중 누가 잘못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맡긴다'는 말을 서로 다른 크기로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위임 수준은 '맡긴다'를 결정권 크기로 나눈 단계입니다
위임 수준은 이 차이를 없애려고 맡기는 방식을 단계로 나눈 기준입니다. 보통 결정권의 크기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눕니다. 경영서마다 단계 수와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누가 결정하고, 언제 알리는가'로 나누는 건 같습니다.
| 단계 | 이름 | 누가 결정하나 | 보고 시점 | 남길 곳 |
|---|---|---|---|---|
| 1 | 지시대로 | 대표 | 단계마다 확인 | 대표가 준 지시서 |
| 2 | 제안 후 실행 | 대표(직원이 안을 냄) | 실행 전 | 제안 내용과 대표의 결정 |
| 3 | 실행 후 보고 | 직원 | 실행 직후 | 한 일과 그 이유 |
| 4 | 결과만 보고 | 직원 | 정해진 주기(주간 등) | 결과 기록 |
| 5 | 알아서 | 직원 | 문제가 생길 때만 | 결정과 이유 기록(대표는 필요할 때 열람) |
앞의 견적 사례에서 대표는 2단계를 생각했고, 직원은 3단계나 4단계로 받아들였습니다. 넘길 때 단계를 말로 꺼내기만 했어도 생기지 않았을 일이죠.
단계를 말하지 않으면 맡긴 일은 다시 대표에게 돌아옵니다
믿고 맡기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앞의 견적 사례처럼 서로 다른 단계를 생각하면, 결과가 마음에 안 든 대표가 다시 손대게 됩니다. 단계는 맞췄어도 결과를 어디서 확인할지 정하지 않았다면 대표는 불안해서 진행 상황을 자꾸 묻게 되고요. 묻다 보면 어느새 그 일을 다시 직접 하고 계실 겁니다.
같은 직원이라도 일마다 단계가 다릅니다
단계는 사람에게 붙이지 않고 일에 붙입니다. 같은 직원이라도 고객 응대는 4단계, 가격 협상은 2단계일 수 있어요. "이 직원은 4단계"처럼 사람에게 단계를 매기면, 그 사람이 처음 해 보는 일에서 사고가 납니다.
한 단계 올리기 전에 두 가지를 확인하세요
- 같은 일을 두세 번 해냈고, 그때마다 남긴 기록이 대표가 다시 묻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했는가
- 판단 기준이 글로 적혀 있어, 직원이 대표 없이도 같은 결론을 낼 수 있는가
두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단계를 올리면 대표가 불안해서 다시 하나하나 확인하게 되고, 단계는 말만 올라간 채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단계와 보고 기록은 이미 쓰는 도구에 남겨도 됩니다
팀마다 다릅니다. 스프레드시트에 '일·단계·보고 시점' 표를 하나 만드는 것으로 충분한 팀이 있고, 슬랙이나 잔디 같은 메신저에 보고 채널을 따로 두는 팀도 있습니다. 담당자와 진행 상태를 카드로 보고 싶다면 트렐로나 아사나 같은 업무 관리 툴을 씁니다. 이미 쓰는 도구에 결정과 이유가 잘 남고 있다면 옮길 필요는 없습니다.
넘길 때는 단계와 보고 시점을 같이 말합니다
"이건 3단계로 맡길게요. 결정은 직접 하고, 하고 나서 결과랑 이유를 남겨 주세요." 이렇게 단계와 보고 방식을 한 문장에 담아 말합니다. 몇 번 반복하면 '3단계'라고만 해도 회사 안에서 말이 통합니다.
단계를 정했는데도 자꾸 다시 손대게 된다면,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지를 아직 적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고친 일 하나에서 기준을 뽑아내는 순서는 일을 맡기지 못하는 대표에 나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처음 맡기는 일은 몇 단계부터 시작하나요?
처음 하는 일은 1~2단계(지시대로, 제안 후 실행)에서 시작하고, 같은 일을 두세 번 문제없이 해내면 한 단계씩 올리는 방식을 권합니다. 단계는 사람보다 일마다 정합니다.
5단계 '알아서'면 대표는 아무것도 안 봐도 되나요?
결정과 실행은 담당자가 하지만, 결과와 이유는 정해진 곳에 기록으로 남깁니다. 대표는 매번 묻지 않고 기록을 보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위임 단계를 직원에게 직접 말해야 하나요?
네. 단계는 대표 혼자 알고 있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일을 넘길 때 '이건 3단계예요. 하고 나서 금요일에 알려 주세요'처럼 단계와 보고 시점을 함께 말합니다.